박인제, 킹덤 시즌 2, 2020

March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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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제작한 것 치고는 지나치게 한국적이다. 물론 외국인들도 충분히 눈 돌아갈 미술이지만 이창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서울성곽과 광화문을 지나 근정전으로 또 경회루로 향한다는 것을 한국의 시청자들은 별 배경설명 없이 이해하기 때문에, 또 경복궁이 이런 식으로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종전의 사극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인 시청자로서 가진 감흥이 컸다

시즌 1은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전개가 어색하고 지루했다. 내가 킹덤>을 본다면 한국어로 돈 많이 쓴 컨텐츠 보자고 보는건데, 돈을 쓰긴 썼는데 졸부처럼 쓴 그런 기분이었다. 반면 시즌 2는 확실히 돈 쓰는 맛이 나서 아주 좋았다. 특히 김성훈 연출분 끝나고 박인제 연출분부터! 물론 무영의 죽음처럼 지나친 신파로 욕 먹을 많한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좋은 장면들은 확실히 좋아줬고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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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2화의 전투중에 영신이 조학주를 저격하는데 실패하여 앞에 있던 다른 관원을 맞히고, 그래서 노한 조학주가 피에 젖은 채 ‘저 놈을 당장 잡아들여라!’ 라고 말하는 일련의 장면은 통째로 클리셰지만 한국의 티비시리즈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클리셰다. 곧장 이어지는 장면에서 역병환자가 된 허준호가 나타나고 조학주를 공격하는 장면은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장면의 충격으로 개연의 느슨함을 봉합하는 블록버스터 미드의 전형적 전개를 보여주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바로 이어지는 3화의 재생버튼을 눌렀다면, 아무 설명 없이 시작부터 왜구와 역병귀신이 싸우는 장면이 역재생될텐데 이 시퀀스 역시 충분히 스타일리쉬해서 좋았다. 해서 시리즈 최고의 구간을 꼽으라면 2화의 후반에서 3화의 초반까지를 꼽겠다.

액션 중에서만 또 좋은 장면을 찾으라면 5화 후반의 롱테이크를 꼽겠다. 궐 안에서 인물들을 하나씩 옮기며 칼과 창, 총으로 역병환자들을 시원하게 베어제끼고 범팔과 영신을 활용한 코미디로 마무리하는 이 모든 요소가 너무 전형적이었기에 마음에 쏙 들었 다. 내가 원한 것은 이 모든 전형성을 한국어로 감상하는 것 그것 하나 뿐이었으니까. 그 외에도 후반부에 좋은 장면들은 뭐 많았다 얼핏 생각나는 것들만 해도 5화 앞쪽에서 이창 일행이 호패를 내고 성문을 통과하는 장면이나, 그 길로 죽 진입하여 근정전에서 기다리는 중전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 촬영 당시 고생 많이 했음이 뻔한 경회루에서의 일전까지 모두 기대했던 또는 기대 이상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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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기이하게 빠른 점은 문제다.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에피소드 여섯 개로 마무리할 내용은 전혀 아니었는데 이렇게 끝난 것은 많이 아쉽다. 누가 했던 농담대로, <아이리쉬 맨> 영화가 세 시간 반인데 <킹덤>은 6부작이 네 시간 남짓 아닌가. 예를 들어 조학주가 치료되고 나서 죽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다. 그 사이에 두 에피소드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또 중전이 조학주를 죽이고 나서 이창이 도성에 도달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권력의 무게축이 이렇듯 너무 쉽게 이동하여 긴장과 몰입을 방해한다. 사정이 있겠지 싶지만 다음 넷플릭스 시리즈에선 요령이 생겨서 예산을 좀 더 잘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킹덤의 다음 시즌? 은 비싼 떡밥에도 불구하고 억지 사족인 티가 풀풀 나서 기대가 별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면, 이 악몽도 모두 끝날 것이옵니다.

이 서비의 대사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모르겠지만, 하필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각별하게 꽂힐 것이다.


Written by 김정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