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시아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January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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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라는 시대적 제약하에 둘의 헤어짐의 필연성은 서로를 위한 변명으로 귀결된다. 오르페우스가 일부러 돌아본 것이 아닐까,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부러 부른 것이 아닐까. 멍청하게 왜 뒤를 돌아보고 그래! 라는 소피의 감상은 그래서 순진한 것이 된다.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없는 틈의 닷새는 둘에게도 소피에게도 보고 있던 나에게도 꿈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 단 한 번 행복한 적 있는 사람은 쉽게 죽을 수 없다. 엘로이즈는 마리안을 만나지 못했다면 언니처럼 죽을 수도 있었을테지만 이젠 그 때의 기억과 책의 28페이지를 붙들고 평생을 또 괴롭게 살아갈 것이다. 가끔 비발디를 듣기도 하면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맛궁합이 뛰어나다. 마리안은 개쎄개 생겨서 결정적인 순간에 완전 겁쟁이가 돼버린다. 그림이 다 되면 당연히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개서운하게 얘기한다 ㅠ 엘로이즈는 아가씨면서 힘(물리)도 개쎄고 마리안에게 들이대는 것도 완전 터프하다…

대한극장 3관에서


Written by 김정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