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피셔, k-punk, 2023
— 독서
2018년 마크 피셔 사후에 엮은 책이 작년에 번역되었고 구입은 바로 했으나 생각보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번역된 마크 피셔의 세 번째 책이다. 마크 피셔 자체도 재미있지만 마크 피셔를 읽고 좋아하고 자꾸만 언급하는 지금 한국의 사람들이 쓰는 글들이 너무 좋고(제대로 된 글의 형태를 띠는 것은 적다) 내가 동시대 어디 쯤에 위치하는지 가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밸러드와 고릿적 BBC방송을 이야기하는 대목들은 지루했다. 책의 절반을 넘어가서부터는 재미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대중문화는 설령 보지 않았더라도 익숙하니까. 밸러드, 크로넨버그를 제외하면 확실히 많은 분량을 할애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다. 더군다나 20년이 지난 올해 아카데미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관식이기도 했으니.
뒤로 갈 수록 피셔의 인간적인 면들이 드러나는 점이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싫어하거나 흥분하여 옹호하는 개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불안정성과 부성주의> 같은 챕터에서는 자신의 수입이나 생계의 곤란에 대한 서술이 나오는데 마음이 아프면서도 정신이 번쩍 든다. 왜 paternalism을 부성주의로 번역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