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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티 응우옌, 게임: 행위성의 예술, 2023

독서

게임: 행위성의 예술

벼르다 읽었다. 그래도 업계 종사자로서 화제성 있었던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기대만큼 재미있었다.

책의 초반은 게임에 대한 슈츠적 정의를 기반으로 ‘미적인 분투형 플레이’ 라는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빠르게 나아간다. 게임에 대한 슈츠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불필요한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자발적인 행위. 저자도 말하듯 완벽하지는 않지만 논의를 전개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정의고 곰곰이 곱씹을 만한 정의다.

저자는 컴퓨터 게임을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뭔씹(…)이 되기 싫어서 책에서는 농구나 등산 등의 다양한 비유를 든다. 루트, 왕을 죽여라 같은 보드게임을 추천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과 더불어 게임 활동의 주변부까지 논리 전개 과정에서 두드리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까지 체크한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쓰레기(asshole) 되지 않기(p.93)’ 라는게 있는데, 게임을 하다가 누군가 패배에 상처받아 울면 얼른 게임에서 빠져나와 위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보 게임’이라는 장르도 있는데,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재미있게 지는 것이 게임의 목표인 게임들이다. 대학 새내기 때 하는 술게임들을 떠올려보면 이해에 좋을 듯 하다.

3장이 제일 재미있었다. 결국 게임은 개인을 교육할 수 있는 행위성의 예술이며, 게임이 행위성의 예술이라는 점은 개인의 사회성까지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내용까지 전개하다가, 게임이 가치포획(p.308)을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답으로 저자가 좋아하는 ‘미적인 분투형 플레이’를 통해 가치포획을 막을 수 있다며 제시한다.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낡은 결론이긴 한데 게임에서는 실로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그리고 게임이 사회를 나쁘게 한다면 그것은 GTA처럼 폭력을 재현하는 비디오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가치포획이 문제라는 점에 대한 지적은 백 번 옳지만 너무나 게임을 옹호하려는 게임 팬 같아서 읽으며 즐거웠다.

정발 명칭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그 누구도 <슈퍼 마리오 형제>(p.169)라고 부르지 않는다. 페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같은 게임도 낯선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그냥 게이머로서 조금 어색했던 부분들… 항상 이런게 편집할 때는 어려운 것 같다. p.177에서는 ‘최애하는 게임’ 이라는 표현까지 있던데 원문이 궁금하다. 책이 엄밀하고 사려깊음에 비해서 자유분방한 구석도 없잖아 적절한 번역일 수도 있을 법 하다. p.284 에서 보이는 서술 트릭 등은 좀 반칙이긴 한데 이 책이 대중교양서라는 증빙이기도 하다.

이동휘, 예술은 게임이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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