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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겸, 그 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2023

독서

그 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가끔 한국 작가가 썼지만 외국을 배경으로 외국 인물들만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게 되는데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 책의 세팅을 결말로 가기 위한 도구임을 분명하게 한다. 반신반의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절반 분량을 지나가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또렷하게 보였다. 교훈적이고 형식적이고 깔끔하다. 읽기 쉽다.

…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알고 있지만 굳이 꺼내 보려 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 해. 그러니까 나는 형에 대해 써야 해.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 p.173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는 레이니어 산에서 곰을 만나 도망가다가 다시 곰을 만나러 돌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그것이 형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비유인데 그 구조가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연속극 『더 베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재미있었다. 『더 베어』도 철창 속의 곰을 마주하는 두려움으로 시작하는데 결국 그것이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에 대한 비유이기 떄문에. 꽤 흔한 이야기 구조이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소설은 아름다웠지만 해제는 그저 그랬고 뒷면의 추천사는 조금 이상했다. 추천사를 쓴 박세형 씨도 저자처럼 볼라뇨의 팬인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볼라뇨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열린책들의 볼라뇨 읽기 5개년 계획을 읽고 너무 긴 이야기들은 거르고 그래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을 『칠레의 밤』을 읽기로 결정하고 작년에 읽었는데 놀랍게도 그저 그랬다. 그래도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분량도 많아서 일단은 은퇴 후에 읽기로 미루고 있다.

gkd, 박대겸, 하우 투 윗 존 윌슨, 박찬욱의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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