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영화도둑일기, 2024
— 독서
아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구성이 기가 막히다. 서문은 한국힙합음악을 불법유통하던 급식 때의 자기고백으로 시작해서, 저자자신의 해적으로서의 삶과 그 주변부를 설명하고 소개한다. 책의 하이라이트는 씨네스트의 전설 umma55와의 인터뷰다. ‘아이를 다른 집에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가는 이상한 엄마’ 라는 자기소개부터 시작되는 인터뷰 틈새로 엄마님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는데, 영화 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얘기나 캐나다에서 살았던 시간들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은 정말 인상적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70mm로 두 번이나 봤다고 자랑하는 장면도 재미있는데 그 일이 수적으로는 드문 경험이 아닐 테지만 이렇게 세대를 뛰어넘는 경우는 잘 없을 것 같아서. P와의 인터뷰도 재미있었지만 슈뢰딩거볼스의 인터뷰도 끝내줬다. 성배를 찾아해메는 도적들.
에필로그와 해제까지, 완벽했다. 말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은 정말 즐겁다. 바야흐로 내 세대가 쓴 책이 하나씩 도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