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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Saw Films, 슬로 호시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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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소설이라고 하면 보통 존 르 카레, 단 하나의 이름만 대면 된다. 굳이 이름 하나를 더 부르라고 하면 아마 이언 플레밍 이겠지. <슬로 호시스>의 원작 소설 역시 인기를 끌었고, 소설가 밸 맥더미드는 저자 믹 헤론을 ‘당대의 르 카레’ 라고 불렀다. 르 카레는 정보국 요원 출신이다. 믹 헤론은? 노무 관련 리서치 회사의 법무팀에서 일하며 스파이 소설을 썼지만 잘 안 됐다. 누군가 그에게 ‘네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쓰라’고 조언했고 그래서 그는 무능을 이유로 부당하게 보직이동을 겪은 스파이에 대해 썼다. 그리고 <슬로 호시스>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연출도 무척 뛰어나고 이야기도 기본적으로 훌륭하지만 네 개의 시즌을 몰아보면서 오랜만에 내가 컨텐츠를 오타쿠처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사보다 캐릭터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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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카트라이트는 우선 너무 미남이다… 그런데 애가 일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아, 이래서 얘가 여기로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게 너무 안쓰럽다… 배우인 잭 로던은 올해 시얼샤 로넌과 결혼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시얼샤 로넌의 남편이었겠지만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면… 여전히 그는 한낱 시얼샤 로넌의 남편일 것이다. 대체로 그의 역할은 성룡 또는 톰 크루즈처럼 또는 버스터 키튼 처럼 당황한 얼굴을 하고 마구 뛰어다니면 되는 역할이라 그렇게 연기력이 많이 필요 없다(네 번째 시즌의 프랑스 로케이션 체이스 장면에서 버스터 키튼 식의 {또는 성룡 식의} 추락 액션이 나오는데 꼭 보시길. 정말 배를 잡고 웃었다) 하지만 연기도 서서히 좋아져서 네 번째 시즌의 엔딩에서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데 할아버지를 정말로 걱정해서인지, 또는 자신에게 평생 정보를 제한해온 할아버지를 벌주기 위해서 인지 알 수 없는 섬세한 표정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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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스탠디시. 의외로 작품을 관통하는 미스터리를 쥐고 있다. 나는 모든 극을 볼 때 알콜 문제가 있는 인물에 마음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요원 출신이 아님에도 너무 똑똑하고 실제로 일을 굴리는 것도 너무 멋지고 잭슨 램이 스탠디시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스탠디시가 잭슨 램을 돌보고 램이 스탠디시에 의존하게 되는 이 관계가 진짜 미친 것 같음. 은근히 드문 다정하고 유능한 할머니 캐릭터여서 좋았다. 한국에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예수정은 너무 무서워서 안되고, 김혜자 선생님 이미지 정도면 좋은데 너무 나이가 많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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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타버너는 원래라면 슬로 호시스 입장에서 진행되는 극의 특성상 메인 빌런이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에게 이입하고 응원하게 된다. 다른 이유들보다는 배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님이 너무 멋져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잭슨 램을 질겁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결국 CP를 해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너무 맛도리

다음 시즌도 넘 기대된다. 원작 소설도 관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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