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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진,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2024

독서

perfect-natural

p.113 (’내 사진’ 이라는 말)나도 내 사진을 찍고 게시하는데는 별 취미가 없지만 친구들의 사진은 찍어줄 일이 종종 있고 그럴 떄마다 일종의 승인을 받기 때문이다. 피사체가 갤러리를 우측으로 스와이프 하면서 찌푸려진 미간이 펴지지 않으면 '내 사진'으로 승인받지 못한 것이다. 며칠 간의 일정이 끝나고 수십 장의 사진을 메신저로 서로 전송한 뒤 내 사진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유된다면 내가 찍은 사진이 그럭저럭 '빈틈없이 자연스럽다'고 승인을 받은 것이다. 사진을 자주 찍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그럴 떄 느껴볼 수 있는 감각이다.

p.184 (브라렛 빌런)역시 책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 자기 사진 업로드의 위험성을 다루는 부분에서 언급하는 '브라렛 빌런'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메신저 '방'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사진이 범죄의 대상으로 활용되는 장면을 보아왔다. 그러한 '방'들은 우선 표면적으로는 은밀하다. 비밀의 공모 또는 익명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브라렛 빌런'은 실명으로 떳떳하게 활동하며 비계에 팔로우를 거는 등 적극적이다. 법적인 죄라고 할 것도 없고, '방' 종류에 비해 특별히 더 나쁘다 할 것은 없지만 오히려 인스타그램이라는 장치 안에서 적법하게 사진을 수집한다는 행위가 말해주는 것들이 있다. 그 중 떳떳함과 눈치없음이 흥미로운데 누구나 조금씩은 관음적이지만 이 '브라렛 빌런'과 같은 자들은 그 점을 특별히 감추지도 않고 크게 문제로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무신경함이 개인의 감정적 결여라면 참 좋겠지만 기술 또는 사회적 영향이 다소 있어 보이고 책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을 예시로 든다. 그치만 그런 구체적인 사례는 너무 일부만 말해준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장치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보인다.

이런 식의 책들은 읽기 전후에 사람을 바꿔놓지 않는다. 다만 나를 더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앨범 정리나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찍어둔 포토덤프의 미적인 정도는 그저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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