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랄리 파르자, 더 서브스턴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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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세련되고 감각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놓고 고전을 패러디한 고전적인 영화였다. 가장 크게는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굉장히 반가웠다 피터 잭슨이나 존 카펜터의 영화를 보며 가장 처음으로 느꼈던 그 쇼킹한 감각을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름답고 직설적인 수미상관이나 편지 등을 읽을 때 (특히 오랜만에 만났던 동창 친구) 뜬금 없이 웃는 얼굴을 띄워놓는 효과 등은 굉장히 이죽거리는 스타일의 유머다.
이것도 정말 직설적인 영화임에도 뜻밖에 보는 사람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영화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를테면 상당히 망가졌음에도 끝내 무대로 올라가려 하는 몬스트로 엘리자수를 보면서 차에 치인 채 드럼을 쳐야만 했던 영화 <위플래시>의 주인공과 같은 프로의식을 읽고 본받으려 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보편적인 본성이다. 엘리자베스가 수를 폐기하려다가 그 젊은 얼굴을 보며 다시 철회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내 인상에 깊이 남았다. 그 때 만큼은 둘은 하나임에도 굉장히 사이 나쁜 모녀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