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적산가옥의 유령, 2024
— 독서
간만에 도서관에 갔다가 책등을 보고 드디어 조예은 작가가 고향 이야기를 썼구나 싶어서 읽었다. 사실 조예은 작가 소설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은 없어서 별 기대 안 했는데 꽤 좋았다. 소재도 묘사도 좋고 시대를 넘나드는 구성도 좋고 미스터리의 장치와 클리프 행어가 뛰어나서 금방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그치만 현재 시점의 주인공이 막아야 했던 개인적인 불행이 너무 볼품없고 짜쳐서 흥이 깨졌다(영화 <사바하>를 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 잘못된 결혼은 큰 불행이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 할머니의 도력까지 소진하고 멋진 집을 불태우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도 예비신랑의 범죄가 제국주의적인 착취라는 착안은 좋 았다. 역사적 망령이 현실에 개입하는 것의 문턱을 높인 때문인가?
그래도 간호사로서 적산가옥 안에 들어갔을 때 발생했던 이상한 일들에 대한 묘사, 집에 청 소 서비스가 찾아왔을 때의 장면 등의 박력은 잊기 힘들다. 여러모로 영상화되기 좋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