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linkandbacklink
IG

스티브 그레이엄, 소년의 시간, 2025

비디오

adolescence.webp

『버드맨』은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도 별로 좋은 얘길 해 본 적이 없는 영화다. 중년의 위기라는 흔한 테마가 그렇게 내게 와닿지는 않는데다 셀링 포인트인 롱 테이크 형식이 보기는 즐겁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에(게다가 『보이후드』를 제끼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아서). 『버드맨』에 비하면 『소년의 시간』은 롱 테이크라는 형식이 훨씬 절박한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 먼저 13세 소년이 또래 여자애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네 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사건의 다음 날, 며칠 뒤, 반 년 뒤, 일 년 뒤의 한 시간을 다루는데(리얼타임 이니까), 체포 당일을 제외하면 딱히 대단히 외견 상 중요한 날들도 아니라 정말 일상 속의 한 시간에 침입한 기분을 준다. 게다가 그 한 시간의 텐션이 대단해서, 이를테면 3화는 등장인물도 네 명이고 상담이 전부인 에피소드인데 상담 중에 핫 초코를 뽑으러 가는 잠깐의 시간이 시청자에게는 대단히 감사한 휴식처럼 느껴지는 것이…

대단히 사회학적인 연속극이며 주제를 정면돌파한다. 실제로 이런 사건들이 가끔 일어나곤 하니까. 만일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치? 하고 넘어갈 만한 이야기를 그 주변 맥락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그려놓으면 아 정말 이럴 수도 있겠군, 하고 생각하게 할 유려한 솜씨다. 두 개의 대사가 특히 기억난다. 2화에서 베스컴 형사가 ‘비자발적 독신’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아들에게 ‘13세면 당연히 독신이지!’라고 말하며 흥분하는 장면. 빵 터졌다. 자국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에 대해 만연한 혐오 중 꽤 많은 분량이 십대의 것인데, 얕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십대는 특정 집단을 혐오하기에는 너무 그들을 접해볼 기회가 없지 않았나 싶다(물론 그들을 정말로 안다면 혐오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4화에서 제이미의 부모가 울며 얘기하다 ‘아들이 방에 있는 것을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안심했다’고 말하는 장면인데, 많은 진실을 담고 있는 대사여서 좋았다. 애를 망치면 내 생각엔 첫 번째는 부모가 원인이고 두 번째는 인터넷이다.

상담사와 형사와 같은 영상 속의 직업인들(교사 한 명은 제외하고)이 모두 소명을 가지고 장치처럼 움직이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이 간혹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아프게 보인다.

© 2025 by linkandbacklink. All rights reserved.
Theme by Leko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