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노 지히로,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2022
— 독서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맛깔난 논픽션이다. 저자 개인의 끔찍한 경험으로 시작해서 자신이 어떻게 독일로 주파일을 찾아나서게 되었는가를 유려하고 말이 되게 설명한다. 독일로 떠난 이후에는 주파일에 대한 정보가 낯설고 흥미로워서 처음엔 그저 수용하기 바쁘다. 개와 말, 주파일 게이와 레즈비언, 패시브 파트와 액티브 파트…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제타가 아닌 동물성애자가 제타를 흉보며 ‘그들은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들이에요’ 라며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게 한다(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만달로리안 시리즈로 입문한 스타워즈 시청자가 다른 만달로어인들도 딘 자린이 소속된 파수꾼의 아이들처럼 헬멧을 벗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받은 충격과 비슷하다).
인간 상호간의 성애도 십중팔구 서로를 다치게 한다. 동물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끼리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질문은 시원하게 답하기 어렵고 항상 추가되기만 한다. 근데 답이 필요한가? 그런 질문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