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 돈덴, 2025
— 독서

구독 중인 뉴스레터 <만화다반사>를 항상 읽지는 않는데, 한국 작가들이 언급되면 눈여겨 보는 편이다. 이번 호에 <돈덴>에 대한 북토크가 길게 있어서, 해당 내용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돈덴>은 꼭 읽어봐야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탐라도서관에 놀고 있는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성별과 계급과 국적과 처지… 거기서 발생하고 요동치는 내면을 기막히게 그려낸 걸작이다. 정신없는 체 하면서 완급이 좋다. <돈덴>에서 호텔 얘기 하다가 호텔을 그만두고 면접을 볼 때, <13살의 공산주의>에서 감사가 어른이 된 이후를 숨가쁘게 묘사할 때도… <돈덴>은 p.63 전후가 좋았다. 별다른 설명 하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손바닥에 밴 돈 냄새를 맡으며 사는 남자들. 약간의 인정머리는 있지만 결국 저울질에 능한 남자들. 왜 그런 남자에 빠지게 되는지… <13살의 공산주의>가 <돈덴>보다 더 재미있고 좋았는데 p.139, p.142에서 건호와 요석이 각각 기분나쁜 표정을 보일 때 너무 무슨 말인지 알겠어서. 그리고 p.181에서 이상한 선배(?) 묘사하는 거… 삶의 이상한 장면들을 포착해내는 솜씨가 귀신같다.
그림이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지는 않아서 두 번 읽으면 좋긴 한데 아무튼 수준 높은 연출. 어차피 금방 읽는 거… 두 번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각 만화의 끝에 붙어 있는 산문도 보통 솜씨가 아니다. 책의 끝에 달린 이자혜와의 대담도 읽으면 빵 터짐. <돈덴>에 따라오는 욕망과 솔직함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이자혜는 적임자이고 대가지만 ‘만리포님은 미소녀셔서…’ 어쩌고 하는 문장을 읽을 때는 정말 무릎이 꺾인다. 앞으로 만화 많이 그려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