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샌드폴 인터렉티브, 클레르 옵스퀴르 33, 2025

게임

clair-obscur-33.webp

이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시점의 나는 과학적으로 이 게임을 즐기기 가장 적합한 나이의 유저다. 밀레니얼들이 나이 먹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는 요즘에, 노인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33세들로 꾸려진 원정대를 보는 기분도 참 이상했다.

일반적인 구분은 아니지만 게임을 시나리오와 시스템으로 나누어 본다면 양 쪽 모두 최상급인 수작이다. 먼저 굉장히 독특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상당히 억지처럼 보이는 설정들로 비장한 상황을 세팅한 이후 일단 밀고 나간다. 그러다 플레이어들이 적응하고 나면 더 황당한 설정들을 풀어놓음으로써 기존의 억지 설정을 말이 되도록 설명한다. 이것이 아름다운 이야기임을 인정하도록 설득한다.

시스템은 페르소나 시리즈를 완전히 베낀 다음 훨씬 재미있게 개선한 방식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페르소나 시리즈(5, 3 리로드)를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일한 이유는 일본의 현대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 100 시간이 넘는 지겨운 플레이 타임을 보냈는데 <페르소나> 시리즈가 스타일리시할 지언정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클레르 옵스퀴르 33>의 패리와 콤보는 절묘하게 짜여진 개성적인 밸런스와 시스템, 타격감, 난이도 등이 전에 본 적 없는 재미를 주었다. 3D 턴제가 이 정도의 박력을 준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 3막에서 뤼미에르로 달려간 탓에 최종 보스전 르누아르 2페이즈를 도저히 뚫을 수도 없었고 반납은 하루 남은 탓에 완전히 엔딩을 보지 못하고 유튜브 감상으로 대체했다. 3막에서 광활한 월드맵을 돌면서 원정대원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면 게임을 더 온전히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37시간이나 플레이했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마무리 하기로 한다.

+)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언제일까? 게임 시스템은 특이하다고 말할 지언정 이국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령 <묶이지 않은 자들을 위한 우주>와 같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 현대 인도네시아라는 다소 특이한 배경을 경험함에도 이국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판타지나 SF가 오히려 일반적이기에 현실적이라고 느낄 뿐임). 게임을 플레이하며 유일하게 이국적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캐릭터의 음성이 영어나 일본어가 아닌 언어로 재생될 때 뿐이다(최근에는 <검은 신화: 오공>이 그랬음). 음성을 불어로 세팅해서 플레이하기를 권한다.

권태현, 그려진 힘, 그리는 힘, 그림의 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와 이미지, 그리고 리얼리즘, 2025

© 2025 by linkandbacklink. All rights reserved.
Theme by Leko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