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토마스 앤더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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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영화를 뒤에서 러닝타임 내내 밀어붙인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구간이 희소하다. 스트링과 재즈 드럼, 건반과 기타가 영화의 장절 구분을 명확하게 나눠준다. 크레딧 음악도 욕심 많게 네 곡이나 쓰고... 긴 상영시간 동안 이렇게 음악에 시달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진행에 대한 통상의 기대를 기분 좋게 엇나가는데 예를 들어 혁명조직의 후신이 운영하는 수녀원에서 수녀들은 보통의 장르영화라면 무장되어있고 훈련되어 있어서 윌라를 추적하는 이들과 어느 정도 상대가 되어야 하지만 이어 구성원 모두가 결박되고 무력하게 윌라를 빼앗긴다. 이와 같은 장면에서 장르의 법칙을 이겨내는 힘은 록조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에너지(그리고 숀 펜의 괴력)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으로 자주 꼽히는 밥의 인상적인 낙하 장면도 매트로놈 같은 이 영화의 기막힌 변박이다. 영화적인 장면이라기보다 실제로 있을 법한 변수.
애를 왜 낳는가에 대해 가끔 고민해 보는데 누가 물어보면 할 말은 그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 내가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또는 비겁하기 때문에. 지금의 혁명을 우선 다음 세대로 전가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