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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한, 비개념원리, 2025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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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좋은 책이다. 분석미학을 공부한 저자가(비트겐슈타인도 자주 인용된다) 일반적으로 음악에 대해 쓰이는 언술에 대해 그것이 왜 의미가 없는지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시비를 걸듯이 논증해낸다. 그저 꼬투리 잡는 것이 아닌가? 논리적 장난에 불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때 꼭지를 끝까지 읽으면 그 과정이 꽤 생산적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각 챕터가 끝날 때(이름, 지각, 허구에 관하여) 왜 이렇게 다소 무리처럼 보이는 비판을 전개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그걸 읽으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1장 <이름에 관하여>는 장르의 명명에 대한 것인데 읽으며 생각하기를 장르에 대한 명명은 필요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며 이렇게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까지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1장의 후기로 사이먼 레이놀즈가 피치포크에 쓰고 저자가 번역한 <콘셉트로니카의 부상>이라는 글, 그리고 사이먼 레이놀즈가 <더 와이어>에 한 기고를 통해 '포스트록'이라는 말을 발명해낸 것 등을 들어 장르의 '표찰'에 대한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장르의 명명이 충분히 영향력이 있는 주체에 의해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기획될 수 있는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되면 이러한 비판이 당연히 의미가 있게 된다고 생각이 들자 앞에서 내내 논리적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글들이 의미를 가지고 다시 읽히게 되었다.

2장의 클라이맥스는 <다른 국면으로 듣기>인데 음악에서 속도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관점 제시가 기다리고 있다. 음악의 속도는 당연히 BPM아니야? 하면서 비딱하게 읽다 보면 왜 음악에서 속도를 BPM으로 보면 안되는지에 대해 설득당하게 된다. 스페드 업과 슬로드 리버브를 그 논거의 재료로 쓴다.

허구에 대한 3장은 이민휘를 다룬 <음악적 소재를 위한 정초놓기>가 재미있었다. <소닉픽션>에서도 그랬지만, 이 챕터에서 쓰인 '허구'라는 말은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픽션'이라고 옮겨 읽어야 했다.

박지호라는 사람이 그린 만화는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글을 읽지 않고 플레이리스트만 들어도 아주 좋았다. 평소 전자음악 거의 듣지 않는데 1장의 전자음악들이 좋아서(하이퍼 해서) 도움이 됐다. Kero Kero Bonito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은 나 혼자만 두면 절대 듣지 않았을 것이다.

나원영, 『비개념원리』프리뷰, 2025, 쪽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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