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oc Studio, Dispatch, 2025
— 게임
TGA 하나도 못 받은 것은 좀 억울하다. 애드혹 스튜디오는 텔테일 출신들이 만든 회사고 텔테일의 <워킹 데드>는(<왕좌의 게임>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었으나 지금 보면 프랜차이즈에 쓸데없는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 IP를 사용한 것에 비해 이후는 독자적인 이야기를 풀 수 밖에 없기에. 그럼에도 새 IP로 이야기를 꾸려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이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압도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을 통해 이야기로 진입시킨 이후에는 캐릭터들과의 라포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쌓는다(형태만 보면 <13기병 방위권>과 비슷하다. 알짜배기는 스토리 파트고, 중간에 시뮬레이션을 끼워넣는).
애니메이션 연출 수준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 의심스럽다. 이 게임을 만들 역량으로 에피소드 8개 짜리 애니메이션 미니 시리즈를 만드는 것보다 더 수익이 좋을 까? 분명한 것은 게임 시장에서 가장 유니크한 옵션이 되었다는 것이다.
꼭 미연시가 아니더라도 선택지가 있는 모든 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도 인비저갤과 블론드 블레이저 중 한 명을 골라야 하고 나는 블론드 블레이저를 고르지 않을 이유를 결코 찾지 못했다. 내가 플레이한 시점에서 블론드 블레이저보다 인비저갤을 선택한 사람이 유의미하게 더 많았는데, 사실 이 쪽이 (사실 있는지도 모르는) '의도된 버전'에 가까울 것이다.
캐릭터 빌딩이 참 좋다. 오합지졸 히어로에 대한 매끄러운 설정을 보다보면 이게 피스메이커 시즌 2가 가야 했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인공 로버트는 정말 무색무취한 생김새에 이 따위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도(근데 밋밋한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이입을 위한 미연시적 세팅이기도 하다) 면접장에서는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마적 말빨이 미쳐서 팀원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이 달콤하기까지 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