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스 길리건, 플루리부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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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길리건이 새 시리즈를 만들면 무조건 봐야 하고 앞으로도 볼거다. 그런데 그렇게 기대했던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반적인 색깔은 역시 <브레이킹 배드> 보다는 <엑스파일>에 더 가까운 작품일테니까. 인물들의 인간적인 관계와 운명(또는 마약) 등을 기대했다면 그런 것들이 전연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한 것은 앨버커키의 황량한 풍경과 그것을 담아내는 망원렌즈, 느리지만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리듬이 있을 것이고.
빈스 길리건은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괴리'라는 주제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브레이킹 배드(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고 주장하다 끝내 인정하는 이야기)와 베터 콜 사울(소질 있는 일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착각한 사람의 이야기)이 그런 이야기였으니까. 그래서 플루리부스의 시작에서 레이 시혼이 자 신이 쓰기 싫은 이야기를 쓰는 여성향 판타지 작가로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와 같은 설정들이 얽혀서 기계처럼 작동한다. '우리'가 만드는 평화와 합리와 편리함에 납득하지 못하려면 동성애자인 것이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와 맞서 싸우려면 SF적 상상력이 필요해 작가인 편이 유리할 것이다. 후반부에서 마누소스는 캐롤과 "우리"는 서로를 닮아가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정말로 한 발짝 씩 답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마누소스야말로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그런 반면 이야기가 진전이 크게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 시즌은 내년에야 나올텐데 부지런히 뭘 좀 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의 어워드에서 '올해의 상남자' 부문은 일고의 망설임 없이 마누소스 오비에도 씨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빌런 후보로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면 잊을 수 없는 '충가 야자'라는 괴상한 식물이 노미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