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ffer Brothers, 기묘한 이야기 시즌 5, 2025
— 비디오
기대에 못미친 부분도 있고 실망스러웠던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멀리 와버린 마당에야 좋은 이야기만 하고싶은데 또 그게 안 된다. 맥스가 늑대소년이 돼서 얼굴이 처음 화면을 가득 메울 때 쾌감이 좋았다. 마이크 어머니를 반쯤 시체로 만들어 놓은 것이 미안해서 뒤쪽에 영웅적인 장면을 주었는데 억지로 심리적 채무를 탕감한 느낌이 들어 탐탁치 않았다. 윌의 커밍아웃 장면도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억지감동 일장연설이 된 감이 있다. 막판에 설정이 꽤 많이 풀려줘서 좋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여도 어느 정도 내적 정합성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에 고루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분량을 주고 저글링을 하는 기술은 언제 봐도 감탄이 나온다. 윌이 실종되었을 때만 해도 조나단보다 스티브가 더 애정캐가 될지는 절대 몰랐을 테니까.
후일담이 좋아서 이런저런 무리수들 이 용서가 된다. 엘이 마이크와 함께 어른이 될 수 없어서 좋다. 더스틴이 대학 가고 루카스와 맥스가 호킨스에서 오손도손 사는 것도 좋다. 형언니 네 명이 옥상에서 맥주 마시는 장면도 감상적이어서 좋았다. 그들에게 한 달에 친구들 한 번 보는 것은 엄청나게 자주 보는 거라고 하지만 그것도 스물 한 살 까지만 가능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모든 사실을 마이크가 스토리텔링 해주는 것은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썰 푸는 재능이 있는 친구처럼 보이지 않아서...
정말 황당무계하고 장대한 이야기였고 애들이 잘 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산업자본주의 황금기를 구현한 테마파크일 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십 년 동안 봐 왔다면 누군가에게 부재하는 어떤 성장기를 추체험시켜 줄 수 있는 시뮬레이터로서의 가치도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