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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1991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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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숨이 턱턱 막히는 글은 참 오랜만에 읽어서 즐거웠다. 사전 정보 없이 읽었기에 읽으며 몇 번 놀랐다. 이 모든 것이 저자가 겪은 실제 삶이라는 데 다시 한 번 놀랐고. 연표에 쓰여있는 아니 에르노의 삶에서 <단순한 열정>에서 만났던 남자와 있었던 일들이 한 줄로 쓰여 있는 것을 볼 때 느끼는 처량함이 대단했다.

해설에도 오토픽션이라는 표현이 쓰여 있어 관련하여 생각을 해 본다. 한국에서 오토픽션 관련한 물의를 일으켰던 소설들은 대체로 비겁하다 느껴진다. 거짓 사이에 진실을 끼워넣으며 짐짓 능청맞은 체 하지만 그건 본래 모든 소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아니 에르노를 읽으며 이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고, 그럼에도 그의 책을 소설이 아닌 에세이에 꽂으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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