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현, 사람과 고기,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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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게 귀엽고 좋은 영화였다. 서울과 한국의 깊은 풍경과 노인 문제까지 다루는 아름다운 영화. 세 노인들의 케미스트리는 균형잡혀 있지만 장씨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처음 고기를 먹자고 하고, 무전취식을 하자고 하고, 아파서 쓰러지고, 판사의 집에 불을 지른다.
세 사람이 고기를 먹고 도망치는 와중에 몇 가지 일이 화면에 발생한다. 고기를 먹던 노인들이 병원과 법원에 가고, 교도소와 장례식장에 간다. 젊었던 시절 첫사랑과 기차역에서 이별한다. 딸과 사위가 살아있던 어떤 시절을 지난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연락이 끊긴 아들에게 받지 않을 전화를 건다. 어떤 노인은 팔자에 없던 고양이를 기르게 된다.
노인들이 소고기를 먹을 때 소주를 세병 째 마실 때, 아끼던 아내의 실크옷을 입힐 때 발생하는 비극의 신호들이 참으로 두렵게 연출된다. 이제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자며 상 을 차려두고 장씨를 맞이하는 어색한 웃음이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원숭이를 좋아하냐고 묻는 박씨의 얼굴은 통상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깊은 페이소스를 전달한다.
대사와 상황이 엄청나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세 배우의 역량에 크게 기댄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승무원으로 나온 친구가 백여사의 손자로 나오는데 어려운 역할이긴 하지만(분량도 적은데다 인물의 동기를 추정하기 쉽지 않음) 연기가 너무 튄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