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Bakers, Cairn, 2026
— 게임
처음에는 감을 못 잡아서 낮은 절벽에서도 한참을 헤맸는데, 올라갈수록 익숙해지고 난이도가 올라가는 그 학습곡선이 기가 막히게 적절하다. 틈과 돌기에 손과 발을 걸치고 안정적인 홀드를 찾는다. 그럼에도 길이 없으면 초크를 바른다. 모험을 걸기 전에는 피톤을 박는다.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머리는 비워지고 또 한편으로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삶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술을 한 잔 하고 초크를 떡칠해가며 돌파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든가...
기본적으로 데스 스트랜딩과 같은 이동 자체가 컨텐츠인 게임이다. 사지를 조작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또 그것이 베넷 포디 스타일처럼 불쾌하지는 않고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시스템상 한계로 횡이동이 짜증나며 많은 구간에서 호러영화처럼 몸이 비틀어지기도 하고 글리치도 엄청나게 많지만 등반을 이 정도로 구현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야기에 공백이 좀 있고 엔딩도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는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내려놓은 기분도 든다. 그래도 등반 자체가 이미 큰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The Child 구간에서 처음 깨지지 않는 피톤을 얻고 그걸 박은 다음 수십미터 아래로 떨어져 낙상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깨어나 완전히 개털이 된 상태에서 다시 피톤과 식량을 모으고, 다른 구간들을 통과하여 인형을 조립한 다음, 다시 처음 떨어졌던 곳으로 접근하여 잃어버린 피톤을 회수 했을 때 분명히 나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느꼈으니까.